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다 3D 애니메이션으로 전향한 이후, 저는 디지털 기술의 가능성에 깊이 몰입하며 3D 파이프라인과 시뮬레이션을 탐구해왔습니다. 오늘날 AI를 비롯한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정교하게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완벽하게 정제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저는 오히려 사람의 손길이 남아 있는 불완전한 감각을 갈망하는 관객들의 반응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저는 무엇이 사람들에게 실제로 가닿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는 첨단 디지털 파이프라인과 물리적 재료를 의도적으로 충돌시킵니다. 3D의 정밀하고 계산된 구조 위에 클레이와 같은 아날로그 매체의 예측 불가능성을 결합함으로써, 이미지에 균열과 밀도를 만들어냅니다. 이 긴장은 단순한 대비가 아니라 디지털 이미지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구축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저는 관객이 이미지를 어떻게 읽는지, 그리고 질감과 불완전함이 시선과 감정, 의미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결국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서사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아무리 정교한 이미지라도 이야기가 없다면 그것은 ‘향기 없는 꽃’에 불과합니다. 저는 디지털의 정밀함과 아날로그의 물성 사이를 오가며, 감각적으로 공명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